KAIST(총장 강성모)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CT촬영의 원리와 비슷한 광회절 단층촬영법을 이용해, 광학 집게로 포획한 입자의 3차원 위치를 고속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로 광학 집게를 사용한 세포 단계의 수술 작업을 실시간 촬영할 수 있어 세포의 반응, 수술 예후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됐으며, 기존에는 어려웠던 세포 내부 성분 및 총량에 대한 정확한 수치 측정이 가능해졌다.
연구 결과는 미국 광학회지 ‘옵티카(Optica)’ 4월 20일자 온라인 판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광학 집게는 빛을 이용해 미세 입자를 포획해 힘을 가하거나 3차원 위치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다.
렌즈를 이용해 레이저 빔을 머리카락의 수백분의 일 크기의 초점으로 모으면 자석에 철가루가 끌려오듯 주변의 미세입자들이 달라붙는다. 초점의 위치를 옮기거나 힘을 가해서 미세 입자의 3차원 위치를 조절하는 것이 광학 집게의 원리이다.
광학 집게로 움직인 미세 입자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서 광학 현미경을 이용하는데, 입자의 2차원 움직임은 미세 입자에 의해 산란된 빛의 정보를 측정함으로써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물체가 시선 방향의 미세 입자를 가로막아 산란된 빛의 정보가 왜곡되거나, 생물 세포처럼 복잡한 형상인 경우에는 3차원 위치의 정확한 측정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병원의 CT촬영 원리와 비슷한 광회절 단층촬영법을 이용해 입자의 3차원 영상화에 성공했다. 다각도로 CT 영상을 찍어 환자 몸 내부를 들여다보듯이, 광학 집게로 포획한 미세 입자에 레이저 빔을 여러 각도로 입사해 촬영한 뒤 이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2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유리구슬을 광학 집게로 집어 백혈구 세포 위에 얹은 뒤 백혈구의 반응을 1초당 60장의 속도로 영상화했다. 앞쪽에 위치한 백혈구가 구슬을 가려 기존의 기술로는 촬영이 어려웠지만, 연구팀의 광회절 단층촬영법으로 구슬의 3차원 위치 뿐 아니라 백혈구 내부의 물질 분포도 측정이 가능했다.
박 교수는 “포획한 입자의 3차원 위치와 내부 구조를 별도의 표지 없이 빠른 속도로 측정 가능한 기술이다” 며 “향후 물리학, 광학, 나노기술 및 의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연구개요
: 광 포획 입자의 광회절 단층 촬영을 통한 3차원 위치 추적
Optica 2권 4집 (2015년 4월) 게재 (http://www.opticsinfobase.org/optica/abstract.cfm?uri=optica-2-4-343)
미세 입자의 3차원 위치 추적 기술은 유체역학, 생명공학 등에서 다양한 기작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부유 미세 입자의 3차원 위치 추적을 통해 미세 입자의 브라운 운동 분석, 유체의 점성 측정 등을 수행할 수 있으며, 세포 내부 입자의 3차원 위치 추적을 통해 세포질의 점성 측정, 세포내 골격의 작용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점광을 이용하여 포획한 입자의 3차원 위치 추적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미세 입자의 3차원 위치 추적 방법에는 사분면 포토다이오드 (QPD)를 이용한 측정, 다각도로 이미지를 촬영한 뒤 영상 처리를 통해 추적하는 방법 등이 있다.
한편, 미세 입자의 의해 산란된 회절광은 입자의 광학적 특성, 3차원 위치 등의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디지털 홀로그래픽 현미경 (Digital holographic microscopy, DHM)으로 이를 측정하여 빠른 속도로 입자의 3차원 좌표를 계산할 수 있다. 기존에 널리 쓰인 방법은 측정된 홀로그램에 Rayleigh-Sommerfeld 연산자를 가하여 입자의 3차원 좌표를 계산하는 기술로, 홀로그램으로부터 위치 정보를 빠른 속도로 계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산자의 광학적 한계로 말미암아 광축 방향의 해상도가 떨어지며, 광축 방향으로 여러 개의 입자가 겹쳐 있는 경우 이를 분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Mie 산란 이론을 바탕으로 이론적으로 계산한 산란 입자의 홀로그램과 측정된 홀로그램을 비교하여 산란 입자의 위치를 추정하는 방법은 전 방향의 높은 해상도로 위치를 계산할 수 있으나, 계산 속도가 느리고 구형의 입자와 같이 모양이 간단하고 광학적 특성이 알려진 경우에만 사용 가능하다는 제한점이 있다.
본 연구에서는 광 회절 단층 촬영법 (Optical diffraction tomography, ODT)을 이용하여 홀로그래픽 광학 집게 (Holographic optical tweezers)로 포획한 산란 입자의 3차원 굴절률 정보 측정을 통해 입자의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였다. ODT는 세포에 레이저 빛을 다양한 각도로 입사시켜 여러 장의 2차원 광학장을 측정한 뒤 이를 푸리에 회절 원리를 바탕으로 한 복원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세포의 3차원 굴절률 분포를 측정하는 방법이며, 최근 본 연구실에서 개발한 실시간 광 회절 단층 촬영법으로는 최소 10장의 정보를 빠르게 스캔하여 산란 입자의 굴절률 분포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굴절률은 물질의 고유한 광학적 특성이므로 3차원 굴절률 분포 산란 입자의 광학적 특성과 모양에 대한 선행 정보 없이도 3차원 위치 정보를 측정할 수 있으며, 여러 각도에서 조사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하므로 광축 방향으로 겹쳐진 산란 입자들의 분포 또한 정확하게 측정 가능하다.
본 연구에서는 고출력 레이저의 입사 파면의 위상을 공간 광변조기(Spatial light modulator, SLM)로 변조하여 여러 개의 산란 입자의 3차원 위치를 조작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8개의 2 μm 실리카 구체가 6 μm의 정육면체 모서리 위치에 위치하도록 입사 파면을 변조한 뒤, 이 정육면체가 x축을 회전축으로 회전하도록 조절하였다. 동시에 ODT를 통해 해당 과정을 촬영함으로써 8개의 실리카 구체의 3차원 위치를 추적하였으며, 기존에 사용되던 Rayleigh-Sommerfeld 연산자 계산법으로 얻은 3차원 좌표 측정값과 비교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방법으로는 광축 방향에 위치한 구체들의 위치를 측정할 수 없었으나, ODT를 이용하면 구체들의 정확한 3차원 좌표를 측정할 수 있었다. 또한 백혈구 세포와 같이 복잡한 생명 시편 주변을 움직이는 실리카 구체의 위치도 ODT를 이용하면 정확하게 측정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실리카 구체를 광학 집게로 집어 백혈구 세포의 세포막 위에 얹었으며, 일련의 과정을 광 회절 단층 촬영법을 이용하여 영상화하였다 (그림 참조).
백혈구 세포의 내부구조가 매우 복잡하므로, 기존의 방법으로는 백혈구 세포 위에 얹어 있는 실리카 구체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광회절 단층촬영법으로 구한 영상으로는 실리카 구체와 백혈구 세포의 위치뿐만 아니라 샘플 내부의 화학 조성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으며, 실리카 구체가 세포막에 닿을 때의 백혈구 세포의 3차원 내부 구조 변화를 초당 60장의 빠른 속도로 측정할 수 있었다. 본 기술은 광포획한 입자의 3차원 위치와 내부 구조를 별도의 표지 없이 빠른 속도로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물리학, 광학, 나노기술 및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개별 세포 단위에서 세포막과 세포핵 등에 광집게로 힘을 가하는 세포 단계의 수술 작업을 3차원으로 실시간 영상화하여 세포의 반응과 수술의 예후를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1) 광집게로 집은 유리구슬을 백혈구 세포에 얹는 모습
(그림2) 일반 현미경 관찰 영상과 과 광회절 단층촬영법 관찰 영상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