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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학·의학계의 새뚝이 중에는 우선 물질 개념을 뒤바꿀 만한 발견을 한 KAIST 물리학과 김은성(39) 교수를 첫손에 꼽을 수 있다. 고체 헬륨이 기체와 액체·고체를 뛰어넘는 초고체(超固體·supersolid)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
윤덕용(70) KAIST 명예교수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장으로서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폭침됐다는 결론을 과학적으로 도출해 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 홍승우(51) 교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특별법 관련 국회 앞 1인 시위를 벌여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POSTECH 화학과 김기문(56) 교수는 논문이 국제적으로 가장 자주 인용된 한국인 과학자로 기록됐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56)교수는 난치성 폐암에 대한 뛰어난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배지영 기자

 

기체·액체·고체 뛰어넘는 ‘초고체 헬륨’ 증명김은성 KAIST 물리학 교수


KAIST 물리학과의 김은성 교수는 미국의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의 인터넷판인 ‘사이언스 익스프레스’ 11월 19일자에 한 논문을 발표했다. 헬륨-4가 초고체냐 아니냐 하는 논란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이를 잠재울 만한 실험결과를 담았다.
 이 인터넷 매체는 과학기술계 초미의 관심사나 연구 업적을 종이매체 발간  이전에 화급히 먼저 올리는 곳이다.
 그만큼 이번 논문은 세계 물리학계에 파장이 큰 뉴스였다.

 

초고체는 기체·액체·고체를 뛰어넘는 새로운 물체 상태다. 헬륨-4가 점성이 전혀 없이 흐르는 초유체(超流體)처럼 움직이지만 초고체는 결정질 고체의 특성을 그대로 지닌다. 김 교수는 200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학생 신분으로 모세스 찬 교수의 지도를 받아 초고체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이 내용은 당시 미국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그해 사이언스는 ‘올해의 최고 과학 성과’로 초고체 현상 발견을 선정했다. 그러나 물리학계 일각에선 그의 초고체가 고전적이고 일반적인 물성 변화일지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달 발표한 그의 논문은 학계의 이런 의혹을 잠재울 만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이 논문에서 고체 헬륨-4를 고속 회전시켜 초고체에서 그 상태가 파괴되는 것을 관측했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이런 점을 다른 과학자들도 재입증하게 되면 초고체 존재 논란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지금까지 초전도체나 초유체 현상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대부분 노벨 과학상을 받았다. 초고체 현상도 그런 업적에 속한다고 과학계는 평가한다. 김 교수는 부산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공부했다.

 

정밀한 과학이론으로 천안함 억지 잠재워

윤덕용 KAIST 명예교수

 

윤덕용 KAIST 명예교수는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 원인 규명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과학적이고도 정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대내외적으로 납득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 냈다. 천안암 선체에 쓰인 글씨와 절단면 형태, 휘어진 방향을 이용한 추론이 정교
했다. 선체에 묻은 알루미늄 산화물 등을 분석하는 데 물리·화학 등 다양한 과학 이론을 동원했다.

화약성분 분석을 통해 어뢰가 폭침 무기이며, 해저에서 찾아낸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 파편이 북한군 훈련용 어뢰 재질과 흡사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런 과학적 수단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국제사회에 북한이 쏟아내는 주장에 대한 반박증거가 궁색할 수도 있었다. 윤 교수는 금속재료와 첨단소재 재료공정 분야의 전문가다. 천안함 폭침 원인을 규명하는 데 과학과 합리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국회 앞 1인 시위 벌여 과학벨트특별법 부각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 교수

성균관대 물리학과 홍승우 교수는 10월 말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관련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
된 지 2년이 다 되도록 표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21세기 과학한국, 과학비즈니스벨트 법안 통과부터’ ‘법안 통과 2년 지체, 과학발전 20년 지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것이 계기가돼 과학자들의 릴레이 시위가 이어졌다.

홍 교수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들어갈 중이온가속기의 설계 책임자라 이해당사자라면 당사자다. 과학계의 핵심 인사가 국책사업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려고 시위를 통해 국민 여론에 호소한 일은 처음이다.  축구선수의 잔디구장에 해당하는 것이 과학자들에겐 중이온가속기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캐는 일 등 기초과학의 핵심 장비다. 우리나라엔 아직 쓸 만한 가속기가 없다. 문제의 특별법은 지난 8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논문 가장 많이 인용돼 세계 상위권 0.1%안에
김기문 POSTECH 화학 교수

한국연구재단은 2000~2009년 10년 동안 한국인 과학자가 발표한 논문의 세계 피인용 횟수 순위를 최근 공개했다. POSTECH 화학과 김기문 교수는 주저자로서 국내 1위였다. 세계에서도 상위권 0.1% 안에 들었다.  2000년 4월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특수 다공성 결정물질을 합성했다’는 내용의 논문은 1423회 인용됐다. 세계 상위권 0.1% 이내 국내 과학자들이 같은 해 발표한 논문은 평균 766회 인용됐다.

2000~2009년 세계 피인용 빈도 0.1% 안에 드는 국내 논문은 124편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이후에도 세계 과학계의 효시적 연구 성과를 잇따라 내놓았다 피인용 횟수는 남들이 논문을 쓸 때 참고문헌으로 인용하는 건수를  뜻한다. 그 횟수가 많을수록 당연히 좋은 논문으로 평가된다. 그는 2007년 POSTECH 석좌교수가 됐다. 이듬해에는 상금 3억원인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받는 등 큰 상을 다수 수상했다.

 

난치성 폐암 치료기술 세계 암학회서 큰 관심
방영주 서울대병원 교수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올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최우수 논문 게재자로 선정됐다.
이 학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암 관련 학술대회를 연다. 매년 6월 초 연례 학술대회에 보고되는 5000여 건의 암 연구 초록 중에서 가장 뛰어난 서너 건을 선정해 총회 때 발표 기회를 준다. 방 교수는 이번 총회 발표에서 세계 암 연구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문은 난치성 폐암 치료에 뛰어난 치료 효과를 보인 크리조티닙의 제1 임상시험 결과를 담았다. 폐암조직에서 특이 유전자(ALK 암유전자) 변이를 검사해 이 약에 잘 들을 만한 환자를 선별 치료했다. 그 결과 대다수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ALK 암유전자 변이는 전체 폐암 환자 중 4~5%에서 나타난다. 이번 연구 결과를 진전시키면 한 해 4만 명의 ALK 암유전자 변이 폐암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