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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교수] 사람과 소통하다, 빛과 소통하다

2011.01.17 00:42

Bluehope 조회 수:36402

남미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몰포나비는 파란색의 눈부신 날개로 유명하다. 이는 파란 색소가 내는 빛이 아니라, ‘광결정(光結晶·photonic crystal)’이라는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날개가 파란빛만을 내도록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몰포나비의 날개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하면 규칙적으로 배열을 이루는 기하학적 구조를 볼 수 있다. 이 같은 광결정 구조는 딱정벌레, 고슴도치 갯지렁이, 공작새 '등도 갖고 있어 화려한 색을 뽐낸다.광결정은 빛을 비췄을 때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시키고, 나머지 빛은 모두 투과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광결정은 일찌감치 빛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광결정 내부에 작은 공간을 만들 경우 ‘빛을 가둘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빛이 광결정 내부에서 끊임없이 반사되면서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물리학자 엘리 야블로노비치는 1987년 이 같은 아이디어를 이론적인 개념으로 제시해 광결정 연구의 붐을 일으켰다. 훗날 과학자들은 빛을 가두고 있던 광결정에 길을 내서 수도관의 물처럼 빛이 통로를 빠져나와 흐르도록 만드는 연구로 이어갔다.당시 야블로노비치가 있던 미국 벨코어연구소 인근 벨연구소(Bell Labs)에는 갓 박사학위를 받고 광학(光學) 연구를 시작한 한국인 물리학자가 있었다. 바로 이용희 현 KAIST 물리학과 교수다. 훗날 그도 광결정 연구에 뛰어들었다. 이용희 교수를 7월 15일 대전 KAIST에서 만났다. 그의 연구실 책장에는 몰포나비의 표본이 놓여있었다.

 

지금 연구하는 분야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노광학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노광학은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규모의 구조물에서 벌어지는 광학적인 현상을 다룬다. 빛의 파장보다 작은 영역에서 이뤄지는 분야다. 가시광선 파장이 0.5㎛, 적외선이 1㎛ 수준이다. 1㎛가 100만분의 1m이니까 대략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크기다.”2002년에는 학술지 피지컬 리뷰에, 2004년에는 사이언스에 각각 ‘광결정 레이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두 연구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광결정 내부 공간에 특정 파장의 빛을 넣으면 그 속에서 빛은 끊임없이 반사하면서 같은 파장의 빛을 만들어낸다. ‘유도방출’이라는 현상인데 이 빛들을 한 곳에 모이도록 유도한다면 강한 에너지를 내는 레이저광이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해 만든 미세구조가 바로 2002년 논문에 나오는 1㎛ 크기의  광결정 레이저다. 만약 레이저광으로 모이기 전의 빛, 즉 레이저광의 불씨가 되는 빛을 만들려면 또 다른 레이저에게서 빛을 받아야하는 ‘광펌핑(optical pumping)’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     레이저광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레이저를 동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번거로운 광펌핑을 생략하고 ‘전류’만을 흘려서 빛을 내도록 만든 게 2004년  논문에 나오는 광결정 레이저다.”   

 

전류로 펌핑해서(전류를 빛으로 바꿔서) 레이저광을 만들면 어떤 장점이 있나  

  “광펌핑을 하면 또 다른 이중장치가 들어가게 돼 구조가 복잡해지지만,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방식은 배터리와 전선만 있으면 된다. 따라서 광컴퓨터, 광통신 같은 광전자 기반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더 간단한 구조로, 더 작게 만들 수 있으니까 에너지도 적게 든다.”    이후 그의 연구진은 더욱 효율을 높인 광결정 레이저를 2007년 학술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에 발표했다. 이 교수가 전류 펌핑 방식의 광결정 레이저를 세계 최초로 만들기 전까지 레이저 구동에는 반드시 광펌핑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성과들을 인정받아 2007년 11월 미국 IEEE의 펠로(석학회원)가 됐다. IEEE는 전기전자 분야의 세계 최대 학회로 연구업적 상위 0.1% 회원을 펠로로 선임한다. 그동안 발표한 국제학술지 논문은 약 150편. 누적 피인용 횟수는 4700회 이상이다.   

 

 

과거 이야기를 해보자.

1987년 벨연구소에 있을 때 ‘수직공진 표면광레이저’라는 것을 발표했다.    “다른 말로 ‘빅셀’이라고 부르는데, 빛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는 일종의 파워서플라이다. 전자제품에 비유하자면 전원(電源)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현재 레이저 광마우스와 광통신에서 쓰는 광원(光源)이 이 때 개발한 빅셀을 상용화한 것이다.”   

 

 다른 잡지에 기고한 글을 보니 그 무렵이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였다고   

 “지금 생각하면 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 때는 뭔가 잘 안 풀리던 시기라
 나름대로 고민이 많은 때였다. 1986년 박사학위를 받을 무렵 벨연구소에서 MTS(정규직 연구원) 제의가 왔었다. 하지만 지도교수와 의리를 지킨다고
마저 남은 일을 끝내고 가겠다고 했다.     몇 달이 지나자 나에게 제의한 MTS 자리가 없어졌으니 포닥(Post Doc.)이라도 오겠냐고 하더라. 그렇게 해서 들어가긴 했지만 급여나 대우, 주어지는
일의 중요도, 뭐 이런 면에서 MTS보다 쳐지니 신이 안 나더라. 게다가 주변에 온통 귀신 같은 사람들 천지라 주눅이 든 것도 있었다. 옆방에 문 열고 들어가면 책에서나 보던 학자가 앉아 있고 그랬다.”

 

그러다가 그 시기에 빅셀로 소위 대박을 친 건가

“돌파구가 안보였다. 귀국 생각도 여러 번 했고….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쓸데없이 고민만 늘어가니 뭔가 취미를 만드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년 가까이 클라리넷을 열심히 배웠다. 이전보다 마음이 안정되고 조금씩 일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빅셀에 관한 연구성과가 마침내 인정을 받았다. 그 때부터 숨통이 틔었고, MTS도 되고 상황이 좋아졌다. 당시 동료들의 도움이 컸다. 운도 따라줬다.”

 

“나는 여기(KAIST) 와서 응원단장만 했다.”

KAIST 교수로 부임한 이후의 연구업적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자답지 않게 ‘운(運)’이라는 단어를 자주 썼다. 벨연구소에서 빅셀을 개발한 것도 좋은 동료들을 만난 운이었고, 그 시기의 빅셀 연구도 마침 때를 잘 만나 인정받았으며, KAIST에 와서 좋은 제자들을 만난 것도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응원단장을 어떤 식으로 한 건가. 예전에 여기 연구실 출신 박홍규(고려대 물리학과) 교수가 “보통 지도교수와 직접 토론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용희 교수는 늘 학생과 직접 소통하려 했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다.
“글쎄, 소통이라고 하면 가급적 이야기를 들어주는 입장에 서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토론을 많이 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는 편이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고, 남에게 설명하면서 다시 배우게 된다. 그러면 또 아이디어가 생기고. 랩(Lab)에서는 결국 교수보다 선후배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한다. 비용 걱정은 말고 언제든 너희끼리 커피타임을 가지라고 했다. 그랬더니 저희들끼리 알아서 종종 이 근처 카페에 우르르 몰려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더라.”

 

앞으로 주력하는 연구주제는 무엇인가

“단일광자원과 나노생물물리다. 두 가지 모두 광결정 레이저를 이용한다. 보통 광통신을 하면 광자(photon)가 100만~1000만개씩 사용된다. 단광자는 이 중 빛 알갱이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단광자 발생장치는 암호통신에 사용될 전망인데 누군가 도청한다고 이 단광자를 건드리면 양자이론에 따라 광자 상태가 바뀌어버린다.

단광자에 실린 암호키 해독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광결정 레이저를 쓰면 단백질 분자 하나를 공중부양하는 것처럼 허공에 띄운 채 고정시킬 수 있다. 입자는 빛이 센 방향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강한 레이저 빛이 있는 곳에 단백질 분자가 달라붙는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생명과학 연구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글=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사진=김유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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